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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불편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by 리아k 2022. 12. 5.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_불편한 편의점 줄거리 (스포 있음)

 

 어느 날, 염영숙 여사의 지갑을 주워준 사람은 서울역 노숙자 '독고'라는 남자였다. 독고는 다른 노숙자들이 염 여사의 파우치를 가져가려는 것으로부터 지켜내려다 그들로부터 맞기까지 한다. 그는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줄 책임이 있다며 꼼꼼하게 체크한 뒤 염 여사에게 건네주었다. 염 여사는 청파동 외진 주택가에 위치한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데려가서 편의점에서 제일 큰 '산해진미 도시락'을 선물하고, 앞으로 편하게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한다. 독고 씨는 매일 같이 도시락을 먹고, 편의점 주변을 청소한다. 염 여사는 야간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그만 두자 대신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밤중에 찾아온 젊은 불량배로부터 독고 씨의 도움을 받고 그를 채용하기로 한다.

 

그는 딱히 잘하는 것 없이 청춘을 보낸다는 생각에 우울해하던 알바생 시현, 무능한 남편과 게임만 하는 아들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든 선숙, 성실함과 친절함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체력과 정신력의 저하로 무력감을 느끼던 경만, 배우에서 희곡 작가가 되었지만 배우 일도, 글을 쓰는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던 무명작가 인경에게 그저 옥수수수염차 하나와 함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뿐이다. 

 

 의뢰인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독고를 미행하며 조사하던 '곽'은 과거 경찰 신분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직업을 잃고 불명예스러운 삶을 산다. 흥신소를 하는 그는 돈을 벌어오지 못해 이혼하고 가족과도 등을 돌리고 만다. 곽은 가족들에게 무심코 던졌던 폭력적인 말들이 고스란히 자신의 뒤통수에서 울릴 때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후회한다. 그런 곽에게 독고는 폐기상품 하나를 건네며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듯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말할 것을 제안한다.

 

(스포 주의)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인경과의 대화를 통해 차츰 기억을 되찾은 독고는 곽을 통해 친형이 자신을 뒷조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독고는 과거 의사였는데, 돈을 벌기 위해 상담을 위해 자리를 비우고 고스트 닥터에게 대리 수술을 맡겼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죄책감이 들었으나 의료사고를 회피하고 사건을 무마했으며 그로 하여금 가족들이 등을 돌리게끔 만들었다. 대구에 있는 아내와 딸을 찾으려던 그는 자신을 먼저 찾아야 하는 상태가 되었고 기억을 잃은 채 서울역의 노숙자가 된 것이었다. 기억을 되찾은 독고는 자신의 잘못과 함께 사람도 소품 취급하는 형, '원장'의 비리를 폭로하고자 결심하고, 가족에게 사죄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이 소설의 핵심은 바로 소통이다. 기억을 되찾은 독고는 과거 자신의 가족이 해체되고, 인생이 불행해지고, 아내와 딸을 잃게 된 것이 모두 자신의 무심함과 오만함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지나 기억을 잃고 나서야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연민의 시선을 가지며,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방법을 깨우친다.

 

 나는 이 소설에서 사실 엄청 대단한 명대사 같은 한마디는 없다고 본다. 독고는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내 따뜻함과 배려로 대했을 뿐이다. 그는 시현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고 칭찬해 주고, 선숙에게 삼각김밥을 주며 아들의 말을 잘 들어주길 권하고, 경만에게 술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건네며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인경이 새 작품을 쓸 수 있게 해주고, 곽에게 친절한 말과 함께 뜨거운 핫바를 주며 위로한 것이 다이다.

 

 소설에서 삶은 일방통행이 아님을 강조한다. 남의 감정보다 내 감정이 우선이고,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내치며 살아온 독고는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마주하고 위로하는 동시에,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간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리뷰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2021년 출간되어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올랐을 뿐 아니라 2022년 하반기 현재까지도 꾸준히 팔려 스테디셀러로 발돋움했다. '불편한 편의점'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편의점을 찾는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내용으로 호평받았으며 최근 (2022년 8월) 속편으로 출간된 '불편한 편의점 2'까지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었다. 이 책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독자 지향'이자 '스토리텔링'이 그 힘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쳐 있을 요즘,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대신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사연은 마치 우리 주변의 일상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고민과 흡사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기에 이렇게 스테디셀러가 될 만큼인지? 크게 인상 깊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소설 내내 독고는 기억은 잃었지만 원래부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어서 다른 사람들을 잘 위로할 줄 아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막바지 결론에서 보여준 독고의 모습은 다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양심 없고 가족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어서 그 격차가 너무 커 당황스러운 부분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서 그들의 공감을 사고 소설 속 독고의 따뜻한 말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얼마나 좋은 소통을 해왔는가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아빠와의 관계,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간섭하는 엄마와의 관계 안에서 나는 항상 대화보다는 회피를 택해왔다. 독고는 곽에게 손님에게 대하듯이 가족에게 친절할 것을 말한다.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소설은 독고가 가족을 찾아 떠나며 끝이 난다.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은 많은 사람들이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알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독고는 작가 인경에게 묻는다. 꿈을 품고 살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녀를 지탱하는 힘이 무엇이냐고? 그녀는 말한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 <불편한 편의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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